브루노 발터의 «마술피리의 모차르트»(Vom Mozart der Zauberflöte)는 일반적인 소책자의 분량에도 못 미치는 대단히 짧은 글이다. 삽화를 제외한 본문만 따지면 14면에 불과하지만 마술피리와 모차르트에 관한 탁월한 혜안을 담고 있다. 모차르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쓴 것이다. 독일의 S. Fischer 출판사에서 1955년에 초판이, 1956년에 제2판이 간행되었다.
어딘가에서 브루노 발터가 마술피리를 두고 발언한 대목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인데, 책이 절판된 데다가 분량에 비해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아 한동안 구입을 미루었다. 브루노 발터의 글솜씨는 익히 알고 있는 터라 내용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십 수면에 불과한 책을 위해 기만원을 지출하기는 어쩐지 아까웠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채훈 형을 만나 함께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의 존재에 관하여 언급했더니 반색을 하며 어서 구입하라고 재촉했다. 이렇듯 채훈 형이 기대하는 것을 보니 이 책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같아 지난 주에 독일 헌책방으로부터 입수했다.

독일 헌책방에서 구입한 «Vom Mozart der Zauberflöte»(S. Fischer Verlag, zweite Auflage, 1956)
“Antiquariat Dorner”라는 헌책방이었다. 이제까지 여러 군데의 헌책방으로부터 책을 구입한 바 있으나, 이 책방만큼 포장이 깔끔한 경우는 없었다. 포장만 놓고 보면 그 안에 무슨 미술작품이 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감탄을 하며 겉포장만 한참을 쳐다보다가 열어보니 또 옅은 고동색의 속지로 책을 곱게 감싸놓았다. 하아!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포장을 여는 것이 무슨 금기를 깨뜨리는 것같아 더욱 조심스럽다. 마침내 속지를 펼치니 정말 미술작품 같은 책이 속에서 나온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여러 차례 감동을 받은 것이다. 이 감동만을 위해서라도 구입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하고 싶다.
브루노 발터의 모차르트 오페라 녹음은, 내가 알기로는, <돈 조반니>와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중 앞의 두 음반을 들어보았는데 두 음원 모두 이제까지 내가 접해본 고전음악 음원 중에서 음질이 최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외에 오페라 전체를 녹음한 음반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오페라 서곡만을 모아 녹음한 음반은 CBS Records에서 출반된 바 있다.

브루노 발터, 콜럼비아 교향악단의 소야곡과 오페라 서곡 녹음(1962년 출반)
위의 음반은 앞서 언급한 오페라 녹음과는 달리 녹음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코시 판 투테 등의 서곡이 녹음되어 있다. 브루노 발터의 «마술피리의 모차르트» 번역과 함께 이 음반의 마술피리 서곡 녹음을 소개한다. 이 두 가지는 만년의 브루노 발터가 모차르트와 마술피리를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