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싱가 숲에 오신 분들께, 제가 좋아하는 경전 한 구절로 인사말을 대신합니다.
“자네들 모두가, 사리불이여, 차례차례 잘 말하였다. 그러니 이제, 어떤 비구가 고싱가 숲을 빛나게 하는가 내 말도 들어보라. 여기 한 비구가, 사리불이여, 탁발을 하고 공양을 마친 뒤에 앉아 있다. 가부좌를 하고, 몸을 곧게 세우고, 전면全面에 념念을 세우고, “내 마음이 집착을 여의어 번뇌에서 해탈하기 전까지는 여기에서 일어나지 않겠노라”, 하고 있다. 이러한 비구 한 명이 있어, 사리불이여, 고싱가 숲이 빛난다.”
Majjhima Nikaya 32, The Major Discourse in the Gosinga Forest
어둠 속에서 서늘한 물줄기가 북한산 숲을 뒤흔들던 때, 젊은 날 비장의 보물처럼 품고 살았던 질문들이 한갓 꿈 속의 질문에 불과함을 알았습니다. 꿈처럼 구름처럼 질문과 답과 각종 견해들이 하염없이 흩어지니 비로소 가슴 속에 한 줄기 맑고 차가운 물줄기가 흐르고, 그때야 비로소 사람으로 태어나 배워야 할 것을 배워가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고싱가 숲. 하나의 숲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시냇물이 장엄한 소리로 흐르는 숲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