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의 신화—천재의 영혼에 대한 기록

“불행하게도 그가 붙잡은 것은 바람일 뿐이었다”(Ovidius, Metamorphoses)
 

그리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는 음악을 통하여 신들을 움직이며 죽음을 물리칩니다. 그리하여, 그는 영원히 놓쳐버렸던 사랑하는 존재, 숨결과 살결이 있는 여인 에우뤼디케를 음악을 통하여 가상적으로 혹은 순간적으로 다시 얻게 됩니다. 그러나, 죽음을 물리치고 신들의 영혼을 터치하는 그러한 음악에 도달하는 길은 확실하지 않고 오직 오르페우스라는 한 인간의 구체적인 영혼과 손길에만 비의적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더 나아가, 그 절묘한 구원의 음악을 통하여 얻은 것마저 확실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그 연주가 울렸다가 사라졌다는 것이며, 그 탄현을 통하여 사랑의 실체를 어둠 속에서 얻었다가 밝음 속에서 놓쳤다는 영혼의 기억일 뿐입니다. 오르페우스는 음악을 통하여 가장 큰 환상과 가장 큰 고뇌를 동시에 겪은 것입니다. 음악은 그렇게 오르페우스에게 결국에는 갈라진 영혼을 제공했으며, 갈라진 영혼은 갈라진 인생을 그에게 선사합니다.

음악, 그것은 결코 평화가 아니라, 평화와 불화의 영원한 대결이며, 음악가는 그 대결에서 명멸하는 한 점 불꽃으로만 존재하는 희생제물입니다. 음악은 사랑하는 대상을 유보없이 사랑한 기록이며, 첫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첫사랑의 대상을 사랑하던 순간의 자신의 신비로운 감정을 영원토록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입니다. 물론 이 사랑은 일반적인 음악가의 사례가 아닐 것이며, 다만 오르페우스 같은 신화 속의 인물만이 구현할 수 있는 사랑일 것입니다. 그 누가 그 사랑의 비밀을 열 수 있을까요?: “숭고한 지성도 상상도 아니다. 이 둘이 앙상블을 이룬다 해도 천재를 만들지는 못한다. 사랑! 사랑! 사랑! 이것이 천재의 영혼을 만든다. Le vrai génie sans coeur est un non-sens. Car ni intelligence élevée, ni imagination, ni toutes deux ensemble ne font le génie. Amour ! Amour ! Amour ! Voilà l’âme du génie.”(모차르트를 방문한 야크빈의 방명록)

그 사랑이 묘비 하나 없이 무명의 무덤 속으로 사라진 모차르트라는 희생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그 사랑이 광활한 어둠 속에서 점멸하는 한 점 빛을 향한 삶 전체의 투신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랑이 모차르트를 끈질기게 오해하는 저명한 음악가들을 계속하여 양산한다고 할지라도, 그 사랑이 당신과 나를 갈라서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그 사랑은 당신과 내가 모두 그리워하고 숭고하게 여기는, 그러나 험난한 역경의 사랑입니다. 어쩌면 나는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나의 감정을 사랑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 감정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모차르트의 확장, 모차르트라는 존재의 증대입니다. 사랑은 그렇게 존재의 증대를 낳습니다.

오르페우스의 사랑은 구원의 음악을 낳았고, 그 구원의 음악은 사랑의 환상을 선사하였고, 사랑의 환상은 다름아닌 어둠 속에서는 실체요 밝음 속에서는 가상인 것이며, 계속하여 지연되는 실체와 가상의 일치, 즉 계속하여 이루어지는 실체와 가상의 불일치가 천재의 영혼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천재의 영혼이 나를, 그를 사랑하는 나를, 그를 사랑하는 나의 감정을 사랑하는 나를, 그의 영혼의 증대를 낳았습니다. 이 영혼의 증대로 하여 나는 당신에게 말을 건네고, 어둠 속 실체를 향하여 굳건하게 시위를 당겨 살을 쏩니다,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쏘는 화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