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고독과 고요 속에 홀로 두셨으니 — 영화 «위대한 침묵»를 보고

필립 그뢰닝(Philip Gröning)의 <위대한 침묵>은 해발 1300미터의 알프스 산악지대에 위치한 엄률관상수도회 그랑드 샤르트뢰즈(Grande Chartreuse) 수도원의 일상을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침묵 수도회인 만큼 수도원 내외부에서는 자연의 소리, 성가, 전례, 노동의 소리 등이 들릴 뿐, 인간적 대화는 일요일 산책 같은 한정된 시간으로 제한된다. 영화적 기법에 대하여 아는 바는 없으나, 내 경험으로는 이 영화처럼 정지된 영상을 길게 가져가는 영화를 본 적이 없으며, 대화 역시 무성 영화를 제외하고는 이처럼 언어가 없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수사들이 어둠 속에서 직접 부르는 샤르트뢰즈 수도회의 전래 성가 외에는 음악도 일체 없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침묵”과 “관상”과 “일상”, 즉 샤르트뢰즈 수도원 수사들의 엄격한 은수생활과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자연의 흐름이다.

수사들마다 각자의 은수처를 갖고 성 베네딕토의 엄격한 규칙을 현재까지도 고수하고 있는 수도회인 만큼, 관람객들은 전혀 들여다볼 수 없는 엄률수도회의 은수생활을 이 영화를 통하여 들여다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년에 영화관에서 영화 한두 편도 채 보지 않는 내가 굳이 발품을 팔아서 이 영화를 본 것도 바로 그 은수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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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그뢰닝의 영화 <위대한 침묵>은 엄률관상수도회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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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07일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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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하는 풍경 — 샤트야지트 라이의 «아푸 삼부작»을 보고

캘커타를 중심으로 하는 인도 벵골 지방은 역사적으로 서구 문명이 가장 일찍 침투한 곳이다. 그 지역에서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타고르가 나온 것도 그러한 역사와 무관치 않다. 샤트야지트 라이(Satyajit Ray, 1921-1992) 역시 캘커타라는 대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며, 일찍이 서구식 교육을 받아 서구식으로 성장한 인도인이다. “우리는 서구식 교육을 흡수했다. 서구 음악, 서구 예술, 서구 문학이 인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샤트야지트 라이) 그런 그가 벵골 지방의 시골을 배경으로 한 <길의 노래>를 데뷔작으로 찍은 것은, 비부티부산의 동명 원작소설이 그린 시골마을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샤트야지트 라이의 영화 <길의 노래>는 대도시에서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자란 교양인이 자신의 뿌리, 자신의 원형을 발견하는 과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분명 나는 길의 노래를 찍는 동안 시골 생활을 발견했다. 그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는 외부인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시골의 삶, 시골의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간 셈이다.

샤트야지트 라이의 아푸 삼부작(Apu Trilogy)은 <길의 노래>(1955), <불굴의 인간>(1956), <아푸의 세계>(1959)로 이루어져 있다. 서사적으로는, 아푸라는 인물이 어린아이 시절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의 성장과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제작자가 인도의 풍경, 인도인의 삶을 재발견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그에게 인도의 풍경, 평범한 인도인의 삶은 그의 뿌리, 인도인의 뿌리, 동시에 인간의 보편적인 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푸 삼부작의 배경들은 남루하고 가난하지만, 풍경들은 관조적이며 느리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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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노래>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몬순이 내리는 장면(화면을 누르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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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03일 | 댓글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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