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오솔길

샘물을 뜨러 가는 도중에 거치게 되는 북한산 오솔길은 내게는 소중하고 정든 길이다. 나는 이 작은 길을 사랑한다. 인적이 없는 조붓한 길, 바람이 스치고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시냇물 소리, 새 소리가 들리는 이 길을 내가 밟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고맙다. 여름에는 무성한 초목에 덮여 있어 오솔길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더니, 잎이 떨구어지면서 서서히 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에 처음 발견한 길이어서 이렇듯 완연히 드러난 모습은 이번 늦가을과 겨울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

지난 늦가을 풍경이다. 오솔길이 시작하는 길목에는 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메마른 잎을 달고 입문 역할을 하고 있다. 작고 아름다운 나무들 아래로 돌계단이 천연히 놓여 있다. 아마 이 돌계단은 아주 먼 시절에 지금은 사라진 암자의 주인이 놓았을 것이다. 비오는 날이다. 떨어진 잎들은 촉촉하게 젖어 있고, 빛깔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낙엽을 밟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 들리고, 작은 실개울은 흐르고, 비는 고요히 내리고 있었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감추어진 길이어서 오솔길이 낙엽으로 뒤덮여 있다. »» 계속 읽기

2010년 01월 20일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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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고독과 고요 속에 홀로 두셨으니 — 영화 «위대한 침묵»를 보고

필립 그뢰닝(Philip Gröning)의 <위대한 침묵>은 해발 1300미터의 알프스 산악지대에 위치한 엄률관상수도회 그랑드 샤르트뢰즈(Grande Chartreuse) 수도원의 일상을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침묵 수도회인 만큼 수도원 내외부에서는 자연의 소리, 성가, 전례, 노동의 소리 등이 들릴 뿐, 인간적 대화는 일요일 산책 같은 한정된 시간으로 제한된다. 영화적 기법에 대하여 아는 바는 없으나, 내 경험으로는 이 영화처럼 정지된 영상을 길게 가져가는 영화를 본 적이 없으며, 대화 역시 무성 영화를 제외하고는 이처럼 언어가 없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수사들이 어둠 속에서 직접 부르는 샤르트뢰즈 수도회의 전래 성가 외에는 음악도 일체 없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침묵”과 “관상”과 “일상”, 즉 샤르트뢰즈 수도원 수사들의 엄격한 은수생활과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자연의 흐름이다.

수사들마다 각자의 은수처를 갖고 성 베네딕토의 엄격한 규칙을 현재까지도 고수하고 있는 수도회인 만큼, 관람객들은 전혀 들여다볼 수 없는 엄률수도회의 은수생활을 이 영화를 통하여 들여다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년에 영화관에서 영화 한두 편도 채 보지 않는 내가 굳이 발품을 팔아서 이 영화를 본 것도 바로 그 은수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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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그뢰닝의 영화 <위대한 침묵>은 엄률관상수도회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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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07일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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