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제4품, “꽃”

44 누가 있어 이길 것이냐, 이 땅을,
야마의 세간을, 천신 있는 세간을!
누가 있어 잘 설시說示된 법구法句를 모을 것이냐,
원숙한 자가 꽃을 따 모으듯이!

45 유학有學이 있어 이길 것이다, 이 땅을,
야마의 세간을, 천신 있는 세간을!
유학이 있어 잘 설시된 법구를 모을 것이다,
원숙한 자가 꽃을 따 모으듯이!

46 이 몸을 거품처럼 알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법임을 확연히 깨달아
마라의 활짝 핀 꽃들을 베어버리고
죽음의 왕이 보지 못하는 곳으로 가리라!

47 낱낱이 집착하는 마음(意)으로
꽃만 따 모으는 사람은
죽음이 쓸어간다,
대폭류가 잠든 마을을 쓸어가듯이.

48 낱낱이 집착하는 마음(意)으로
꽃만 따 모으는 사람,
욕락에 물릴 줄 모르는 사람은
종결자가 제압한다.[1]이번 「꽃품」을 보면, 법구경의 각 품은 하나의 주제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어(“꽃”)를 중심으로 여러 주제를 결집한 것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제44~45송에서는 “잘 설시된 법구”가 꽃이며, 제46~48송에서는 “이 몸”, “욕락”, “마라의 활짝 핀 꽃”이 꽃으로서 그 꽃만 따는 자는 죽음에 의해 종결되며, 제49~50송에서는 “남들의 거슬리는 점, 남들의 일”이 꽃으로서 모니는 그 꽃과 빛깔, 향기를 다치지 않고 스스로의 일(“꿀”)만을 살피며 거니는 존재이며, 제51~53송에서는 “잘 설해진 말씀”이 아름답고 빛깔이 고운 꽃으로서 그 말씀의 실행 여부에 따라 향기의 유무가 결정되므로, 실행을 통해 선덕의 향이 퍼져야 한다고 설하며, 제54~57송에서는 “꽃향기”와 “계향”을 대비시키고 있으며, 제58~59송은 “흙먼지 자욱한 맹목적인 범부들” 가운데에서 탄생하는 연꽃, 즉 “지혜를 갖춘, 정등각자의 제자”를 송하고 있다.
 
이처럼 이 품은 최소 두 송에서 많으면 네 송을 묶어 각각의 주제를 형성하고 있다. 사구게 단 한 송으로 별도의 주제를 설한 경우는 이 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법구경의 구성을 유의하면서 연찬해야 해석의 자의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제49송의 “마치 꿀벌이 꽃, 빛깔과 향기를 다치지 않고 꿀을 가지고 떠나듯이, 그렇게 모니는 마을을 거닌다”는 게송은 다음의 제50송과 한 주제로 묶어 읽어야 그 깊은 뜻을 음미할 수 있으며, 제50송에서 핵심어인 “꽃”이 언급되지 않은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된다. 그러므로 제49송은, “남들의 거슬리는 점, 남들이 한 일・못한 일”이 곧 꽃과 그 빛깔・향기이며, 모니는 그것을 다치지 않고 “스스로의 거슬리는 점, 스스로가 한 일・못한 일”, 즉 “꿀”만을 살피면서 마을을 거닌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흔한 해석처럼 “꿀”을 탁발 음식의 비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49 마치 꿀벌이 꽃,
빛깔과 향기를 다치지 않고
꿀을 가지고 떠나듯이,
그렇게 모니牟尼는 마을을 거닌다.

50 남들의 거슬리는 점이나
남들이 한 일, 못한 일을 살피지 말고
스스로의 거슬리는 점과
스스로가 한 일, 못한 일을 살피라!

51 아름답고 빛깔이 고운데도
향기 없는 꽃처럼,
잘 설해진 말씀[2]“잘 설해진 말씀(subhāsitā vācā)”은 당연히 부처님의 말씀으로 보아야 한다. 말인즉, “부처님의 말씀”도 읽기만 하고 행하지 않는 자에게는 ‘향기 없는 꽃’에 불과하다는 뜻이며, 경전은 선덕자들에게만 ‘향기 있는 꽃’이 된다는 얘기이다. 그러므로 ‘향기 있는 꽃’을 위하여, 이 옥신각신 다투는 애욕의 몸, 마라의 행처, “마라의 활짝 핀 꽃들”을 베어버리고, 오로지 “스스로의 일”을 살피면서 사념처, 자등명・법등명으로 귀의해야 한다. 그 귀의의 첫걸음이 바로 “꽃향기”보다 진한 “계향戒香”, 바람을 거슬러 가는 향기, “천신들에게 토하는 계금향戒禁香”이다. 마침내 계・정(불방일)・혜(올바른 앎)에 의해 해탈한 자들의 길은 마라가 찾지 못하며, 죽음이 쓸어가지 못한다. “흙먼지 쌓인 적막한 장도의 여정”에서 마침내 “맑은 향의 붉은 연꽃이 통쾌하게 탄생한 것”이다. “지혜를 갖춘, 이 정등각자 제자”의 향기는 사방팔방으로 퍼질 것이다. 이와 같은 수습과정을 살펴보건대, 법구경 결집자는 “꽃”이라는 핵심어를 가지고 여섯 주제를 결집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유유한 호흡으로 치밀하게 배열했음을 알 수 있다.
 
“잘 설시된 법구를 모을 수 있는 유학有學의 안목을 갖추고(제44~45송), 마라의 활짝 핀 꽃들을 베어버리고(제46~48송), 남들의 꽃, 빛깔, 향기를 다치지 않고 다만 스스로의 일을 살피며(제49~50송), 선설善說의 금구성언이 향기 있는 꽃이 되도록, 인간의 생을 받았으니 오온에서 사념처로 귀환하는 선덕자 되어(제51~53송), 바람을 거슬러 계향을 토하며 천신들에게 계금향을 토하며, 계・불방일・올바른 앎으로 해탈하여 마라가 찾지 못하는 길을 걷나니(제54송~57송), 마침내 흙먼지 쌓인 장도의 여정에서 맑은 향의 붉은 연꽃이 통쾌하게 탄생한 것이다, 다름아닌 반야를 갖춘, 정등각자의 제자가 훤칠하게 솟아난 것이다(제58~59송)!” ― 이것이 바로 결집자의 가르침, 유학을 위한 가르침, 성자들을 위한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행하지 않는 자에게는 결실이 없다.

52 아름답고 빛깔이 고운데다
향기도 있는 꽃처럼,
잘 설해진 말씀은
행하는 자에게 결실이 있다.

53 꽃더미에서 많은 화환을
만들 수 있듯이,
생을 받은 명멸자들에 의하여
많은 선덕이 이루어져야 하리.

54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나니
백단향도 타가라향도 말리향도 그러하다.
그러나 참된 자들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나니
진인眞人은 사방팔방으로 그 향기 퍼진다.

55 백단[3]학명은 Santalum album과 타가라,[4]학명은 Tabernaemontana coronaria
수련[5]학명은 Nymphaea(睡蓮) 과 우기에 피는 말리[6]학명은 Jasminum sambac(아라비아 자스민)
이 꽃들의 향기보다
계향戒香이 위없는 것이어라!

56 타가라향과 백단향은
오히려 미미한 향기에 불과하나니
계금戒禁이야말로 최상의 향을
천신들에게 토하는도다!

57 계戒를 갖춘 자들,
불방일하며 지내는 자들,
올바른 앎에 의해 해탈한 자들 ―
그들의 길은 마라가 찾지 못한다.

58 흙먼지 쌓인
적막한 장도長途의 여정에서
맑은 향의 붉은 연꽃[7]학명은 Nelumbo necifera
통쾌하게 탄생하듯,

59 흙먼지 자욱한
맹목적인 범부들 가운데에서
정등각자正等覺者의 제자는
지혜로 우뚝 빛나는구나!

44 ko imaṃ paṭhaviṃ vijessati Yamalokaṃ ca imaṃ sadevakaṃ?
ko dhammapadaṃ sudesitaṃ kusalo puppham iva-ppacessati?

45 sekho paṭhaviṃ vijessati Yamalokaṃ ca imaṃ sadevakaṃ.
sekho dhammapadaṃ sudesitaṃ kusalo puppham iva-ppacessati.

46 pheṇūpamaṃ kāyam imaṃ viditvā marīcidhammaṃ abhisambudhāno
chetvāna Mārassa papupphakāni adassanaṃ maccurājassa gacche.

47 pupphāni h’ eva pacinantaṃ vyāsattamanasaṃ naraṃ
suttaṃ gāmaṃ mahogho va maccu ādāya gacchati.

48 pupphāni h’ eva pacinantaṃ vyāsattamanasaṃ naraṃ
atittaṃ yeva kāmesu antako kurute vasaṃ.

49 yathāpi bhamaro pupphaṃ vaṇṇagandhaṃ aheṭhayaṃ
paleti rasam ādāya evaṃ gāme munī care.

50 na paresaṃ vilomāni, na paresaṃ katākataṃ
attano va avekkheyya katāni akatāni ca.

51 yathāpi ruciraṃ pupphaṃ vaṇṇavantaṃ agandhakaṃ
evaṃ subhāsitā vācā aphalā hoti akubbato.

52 yathāpi ruciraṃ pupphaṃ vaṇṇavantaṃ sagandhakaṃ
evaṃ subhāsitā vācā saphalā hoti sakubbato.

53 yathāpi puppharāsimhā kayirā mālāguṇe bahū
evaṃ jātena maccena kattabbaṃ kusalaṃ bahuṃ.

54 na pupphagandho paṭivātam eti na candanaṃ tagaramallikā vā
satañ ca gandho paṭivātam eti sabbā disā sappuriso pavāti.

55 candanaṃ tagaraṃ vāpi uppalaṃ atha vassikī
etesaṃ gandhajātānaṃ sīlagandho anuttaro.

56 appamatto ayaṃ gandho yāyaṃ tagaracandanī
yo ca sīlavataṃ gandho vāti devesu uttamo.

57 tesaṃ sampannasīlānaṃ appamādavihārinaṃ
sammadaññāvimuttānaṃ Māro maggaṃ na vindati.

58 yathā saṃkāradhānasmiṃ ujjhitasmiṃ mahāpathe
padumaṃ tattha jāyetha sucigandhaṃ manoramaṃ,

59 evaṃ saṃkārabhūtesu andhabhūte puthujjane
atirocati paññāya sammāsambuddhasāvako.

* 각주   [ + ]

1. 이번 「꽃품」을 보면, 법구경의 각 품은 하나의 주제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어(“꽃”)를 중심으로 여러 주제를 결집한 것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제44~45송에서는 “잘 설시된 법구”가 꽃이며, 제46~48송에서는 “이 몸”, “욕락”, “마라의 활짝 핀 꽃”이 꽃으로서 그 꽃만 따는 자는 죽음에 의해 종결되며, 제49~50송에서는 “남들의 거슬리는 점, 남들의 일”이 꽃으로서 모니는 그 꽃과 빛깔, 향기를 다치지 않고 스스로의 일(“꿀”)만을 살피며 거니는 존재이며, 제51~53송에서는 “잘 설해진 말씀”이 아름답고 빛깔이 고운 꽃으로서 그 말씀의 실행 여부에 따라 향기의 유무가 결정되므로, 실행을 통해 선덕의 향이 퍼져야 한다고 설하며, 제54~57송에서는 “꽃향기”와 “계향”을 대비시키고 있으며, 제58~59송은 “흙먼지 자욱한 맹목적인 범부들” 가운데에서 탄생하는 연꽃, 즉 “지혜를 갖춘, 정등각자의 제자”를 송하고 있다.
 
이처럼 이 품은 최소 두 송에서 많으면 네 송을 묶어 각각의 주제를 형성하고 있다. 사구게 단 한 송으로 별도의 주제를 설한 경우는 이 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법구경의 구성을 유의하면서 연찬해야 해석의 자의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제49송의 “마치 꿀벌이 꽃, 빛깔과 향기를 다치지 않고 꿀을 가지고 떠나듯이, 그렇게 모니는 마을을 거닌다”는 게송은 다음의 제50송과 한 주제로 묶어 읽어야 그 깊은 뜻을 음미할 수 있으며, 제50송에서 핵심어인 “꽃”이 언급되지 않은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된다. 그러므로 제49송은, “남들의 거슬리는 점, 남들이 한 일・못한 일”이 곧 꽃과 그 빛깔・향기이며, 모니는 그것을 다치지 않고 “스스로의 거슬리는 점, 스스로가 한 일・못한 일”, 즉 “꿀”만을 살피면서 마을을 거닌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흔한 해석처럼 “꿀”을 탁발 음식의 비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2. “잘 설해진 말씀(subhāsitā vācā)”은 당연히 부처님의 말씀으로 보아야 한다. 말인즉, “부처님의 말씀”도 읽기만 하고 행하지 않는 자에게는 ‘향기 없는 꽃’에 불과하다는 뜻이며, 경전은 선덕자들에게만 ‘향기 있는 꽃’이 된다는 얘기이다. 그러므로 ‘향기 있는 꽃’을 위하여, 이 옥신각신 다투는 애욕의 몸, 마라의 행처, “마라의 활짝 핀 꽃들”을 베어버리고, 오로지 “스스로의 일”을 살피면서 사념처, 자등명・법등명으로 귀의해야 한다. 그 귀의의 첫걸음이 바로 “꽃향기”보다 진한 “계향戒香”, 바람을 거슬러 가는 향기, “천신들에게 토하는 계금향戒禁香”이다. 마침내 계・정(불방일)・혜(올바른 앎)에 의해 해탈한 자들의 길은 마라가 찾지 못하며, 죽음이 쓸어가지 못한다. “흙먼지 쌓인 적막한 장도의 여정”에서 마침내 “맑은 향의 붉은 연꽃이 통쾌하게 탄생한 것”이다. “지혜를 갖춘, 이 정등각자 제자”의 향기는 사방팔방으로 퍼질 것이다. 이와 같은 수습과정을 살펴보건대, 법구경 결집자는 “꽃”이라는 핵심어를 가지고 여섯 주제를 결집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유유한 호흡으로 치밀하게 배열했음을 알 수 있다.
 
“잘 설시된 법구를 모을 수 있는 유학有學의 안목을 갖추고(제44~45송), 마라의 활짝 핀 꽃들을 베어버리고(제46~48송), 남들의 꽃, 빛깔, 향기를 다치지 않고 다만 스스로의 일을 살피며(제49~50송), 선설善說의 금구성언이 향기 있는 꽃이 되도록, 인간의 생을 받았으니 오온에서 사념처로 귀환하는 선덕자 되어(제51~53송), 바람을 거슬러 계향을 토하며 천신들에게 계금향을 토하며, 계・불방일・올바른 앎으로 해탈하여 마라가 찾지 못하는 길을 걷나니(제54송~57송), 마침내 흙먼지 쌓인 장도의 여정에서 맑은 향의 붉은 연꽃이 통쾌하게 탄생한 것이다, 다름아닌 반야를 갖춘, 정등각자의 제자가 훤칠하게 솟아난 것이다(제58~59송)!” ― 이것이 바로 결집자의 가르침, 유학을 위한 가르침, 성자들을 위한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3. 학명은 Santalum album
4. 학명은 Tabernaemontana coronaria
5. 학명은 Nymphaea(睡蓮)
6. 학명은 Jasminum sambac(아라비아 자스민)
7. 학명은 Nelumbo necif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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