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고싱가
2007/01/31

shinhyepark 님 처음 뵙겠습니다. 그림 그리시는 분이시군요. 저는 사진을 자주 찍는 편인데 사진 찍기 전에 먼저 마음을 비워내어 맑고 고요한 가운데 머무르려고 합니다.

백석현 님 처음 뵙겠습니다. 님의 글들 중 실수로 중복된 글을 삭제하고 언급하신 오타대목을 정리하였습니다.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요즘 저는 여러 일들 가운데서 우선순위와 템포를 조절하고 있는 중입니다. 니체번역은 당분간 손대기 힘들 듯합니다.

백석현
2007/01/31

아, 네.
안타깝습니다. 저는 성질이 과격하고 거칠어서, 제가 니체 번역을 한다면,
감히! Zarathustra와 Ecce Homo 외에는 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던 중입니다.
혹시 모르지요. 선과 악, 임상케이스 바그너(임상케이스 pathological case를 뜻하지요.), 정도까지는 모르겠는데, 인간적인..이나, 즐거운 과학 같이 정조가 차분한 서적은 제게 맞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그래서..사실 속으로는 동지를 만날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암튼, 님의 사이트, 분위기, 님께서 쓰신 글에서 (솔직히 많이) 부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깨달음에 많은 정진 계시기를 바랍니다.

S.H. YI
2007/02/11

정말 오랜 만이고 반가워요. 마지막으로 본 후 10년은 흐른 것 같아요.
변함이 없이 여전하시군요. 행복하고 평안하십니까…
다만 너무 멀리 멀리 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 처럼요. 그 처음의 인상이 일종의 ‘복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둘러보며, 내가 받은 인상은 ‘고독’이라는 한 단어로 밖에 설명할 수가 없군요.
자연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선배의 ‘눈’을 보는 듯 했어요. 맑고 깨끗한, 구도자의 가벼운 때로는 거친 숨소리만 들리는, 공기흐름 조차 멈춘 듯한 정지감을 느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장 뽑으라면 “꽃잎은 떨어지면 그 뿐”이라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 한 장을 복사했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기술적인 것을 떠나 사진찍는 이의 마음을 그대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내 마음이 포착하여 기억하고 싶고 내 마음을 대변해 주며 말을 건넬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는 거니까요…

모짜르트 음악은 지친 일상 속에서 마음과 머리를 가볍게 해주는 자연 청량음료와 같네요.
선배는 바하에게서 시작해서 모짜르트로 내려왔지만, 난 현대의 거칠고 암울한 음악에서 시작해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베토벤, 모짜르트 등을 거쳐(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치유를 보여주는 것이었지요) 지금은, 바하와 비발디,파헬벨, 그리고 더 올라가 중세 그레고리안 찬트, 악기 없이 자연의 목소리로 부르는 아카펠라 곡들을 즐겨 들어요. 인간적인 꾸밈과 기교가 없는, 순수한 자연에 가까운 있는 그대로의 소리들이 마음에 와 닿네요. 그래서 몇년 전부터는 자연의 소리(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숲 속의 새 소리, 비오는 소리, 파도 소리, 등등)만을 담은 음반을 사서 듣기도 했지요…

오래 전 선배가 하이데거에 심취해 있었을 때, 필연적으로 ‘니체’에 다다를 것이라고 예상했었어요.(니체가 서구 형이상학, 아니 서구 문화 전체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그 비판의 칼 날 속에는 분명히 우리가 새겨서 들어야 할 빛나는 보석같은 통찰들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니체 이후에는, 형이상학의 세계가 아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인간의 세계로 향하리라 예상했습니다. 불교는 인간이 만든 종교 중 가장 인간적이고 고등하며 고상한 종교라고 생각해요. 선배가 불교에 심취하게 된 것은 예상된 결론이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부정으로 가는 막다른 골목에서 ‘처음의 자리’로 다시 돌이킬 수 있는 ‘힘들지만 의미 있는 수행’이 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그럼,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빕니다.
멀리 프랑스에서…

고싱가
2007/02/12

S.H. YI 님, 오랜 만이고 반갑습니다. 프랑스에 계시는군요.

옛날 일을 회고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맞아요, 저는 그때로부터 멀리 떠나왔지요. 이제는 저의 첫 정신적 출발지였던 성서와 기독교에서 아주 멀리 벗어났습니다. 불교는 제게 잘 맞는 옷처럼 편하고 좋습니다. 불교의 세계에 들어와서 청한하게 호흡하다보니 많은 분들께 제 정신세계가 ‘고독’으로 비치나 봅니다. 저는 그저 맑고 깨끗하고 일없는 것이 좋을 뿐인데…

블로그에 공개된 사진들은 거의 대부분 습작시절 찍은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 보면 덕지덕지 감정이 묻어 있는 사진들이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올 연말에 북유럽에서 제 사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식적으로 사진작가로 데뷔하는 셈인데, 이건 저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러나 제 곁에 예술도구가 하나 있다는 게 여러모로 풍요로움을 줍니다.

언제나 안녕하시기를, 그리고 외국에서 배우시면서 좋은 결실 맺기를 바랍니다.

정수환
2007/02/17

내일은 즐거운 설이고, 내일 모레면 뱃속에 있는 우리 아들이 나올 예정일입니다. 단지 예정일이죠..^^ 언제 나올진 모르지만.. 모짜르트 예전부터 좋아하긴 했지만, 임신하고서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호른협주곡 잘 듣고 갑니다. 병원에 잠깐 입원할동안 모짜르트-천번의 입맛춤이란 책 가져 가려구요. 모짜르트처럼 순수한 열정을 지닌 아이로 키우려구요.

고싱가
2007/02/19

정수환 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린아이와 모차르트는 어쩐지 궁합이 너무 잘 맞는 듯합니다. 가족 모두에게 기쁨이 넘치기를 바랍니다.


2007/02/28

삶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책-장자,장자 저,박영호 역저,두레출판

고싱가
2007/04/15

그 동백이 잘 자라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저로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는 확실히 북유럽이 체질적으로 더 가까운 듯합니다. 사람들의 말수가 적고 나무들이 높히 자라고 고요한 호수가 있고, 모든 건물 곁에는 예외없이 오래된 나무들이 서 있고, … 다만 겨울철 어두움이 만들어놓았을 그 뭔가 알 수 없는 암울한 정서는 좀 낯설었습니다. 뭉크의 뭉개진 선형은 어둠속의 잔영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