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불방일품不放逸品」

21 불방일不放逸[1]근래의 경전 번역을 보면 “불방일(appamādo)”을 “부지런함”으로 옮기는 경우가 왕왕 있으나, 이는 경의 깊이를 훼손하는 역어로 보인다. 어원을 살펴보면, “불방일”은 ‘뭔가에 중독되거나 도취되지 않음’을 뜻한다. 경의 정의를 보면, “불방일”은 “누漏와 유루법有漏法에 대해서 心을 지키는 것”(S 48.56)이다. 유루법은 “살생, 도둑질, 삿된 음행, 거짓말, 비방, 거친 말, 잡담, 갈망, 원망, 사견邪見”이자 “(사견邪見에서 사념邪念까지의) 팔사도八邪道”를 뜻한다. 요컨대, “무루無漏”는 “탐・진・치의 멸진”인 바, “누漏”라 함은 ‘탐・진・치가 있음’을 뜻한다. 이와 같이 경으로써 경을 풀이하면, “불방일”은 ‘탐・진・치에 도취되지 않음’, ‘탐・진・치의 멸진을 향해 나아감’이다. 그러므로 “불방일”은 ‘수계受戒’에서부터 ‘누진통漏盡通’까지 이어지는 공부여정, 즉 수행의 처음이자 끝이다.은 불사의 걸음이요
방일放逸은 죽음의 걸음!
불방일한 자들은 죽지 아니하며
방일한 자들은 죽은 자나 다름없어라.

22 이를 뚜렷이 알고서
불방일에 명민한 자들은
불방일을 기뻐하며
성자聖者의 행처行處를 즐거워한다.

23 그들은 선인禪人, 한결같은 자,
늘 굳세게 나아가는 자,
명철한 자로서 닿는도다,
열반, 위없는 유가안온에!

24 떨쳐 일어선 자, 유념이 있는 자,
업業이 맑은 자, 지음(作爲)이 그친 자,
조심하는 자,[2]“조심하는 자(saññata, saṃyata)”와 어원이 같은 “saṃyama”는 흔히 ‘자제, 극기’ 등으로 옮긴다. 그러나 ‘자제, 극기’ 등의 역어는 작위적・유위적 의미가 배가되어 있어 “saṃyama”에 부적합하다고 본다.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에서도 “saṃyama”는 아쉬탕가의 마지막 요소 및 그 이후 공부여정과 관련된 것으로, 선불교적 어휘를 동원하자면, “무수지수無修之修”, 즉 ‘닦음이 없는 닦음’에 가깝다. 이는 心이 계발되어 ‘(有爲的인) 산란함이나 침체’로 편향되지 아니하고 ‘(無爲的으로) 心을 미묘하게 운용하는 것’, ‘心을 잘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의미에 가장 가까운 역어는 “조심操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심”은 맹자가 출전인 까닭에 널리 일반화되어 범속한 의미로 통용되긴 하지만, 그 깊은 뜻을 살려서 음미하자면 “saṃyama”의 역어로 고려해볼 만하다. 상응부 7.9경, “순다리카 경”에서도 “진리와 법과 조심操心과 범행梵行, 브라흐만에 도달함”이 순차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바, 이 순서상으로도 “조심”은 ‘무수지수’의 위치에 값한다. 삶이 법法다운 자,
불방일한 자 ― 그의 광영은 커진다.

25 떨쳐 일어남으로써 불방일함으로써
조심함으로써 길듦으로써
현명한 자들은 섬을 지을 것이다,
폭류가 덮치지 못하는 섬!

26 무지하고 어리석은 인생들은
방일함에 빠지지만,
현명한 자들은 불방일을
최고의 재물로 삼고 지킨다.

27 방일함에 빠지지 말라,
욕락을 즐기는 일에 빠지지 말라!
불방일하는 선인禪人은
광대廣大한 안락을 얻는다.

28 명민한 자는 불방일함으로써
방일함을 몰아내나니,
그때 그는 지혜(般若)의 전각에 올라
슬픔을 여의고 내려다본다, 슬픔으로 점철된 인생들을!
마치 산에 오른 자가 땅에 있는 자들을 내려다보듯이,
명철한 자는 무지한 자들을 그리한다.

29 방일한 자들 중에서 불방일 한 자,
잠든 자들 중에서 성성히 깨어 있는 자 ―
마치 준마駿馬가 허덕이는 말을 제치고 가듯
현명한 자 역시 그러하다.

30 인드라는 불방일함으로써
천신들 중에 으뜸이 되었나니,
불방일은 칭송받으며
방일은 비난받는다, 언제나!

31 불방일을 즐기는 비구,
방일함에서 두려움을 보는 비구,
그는 크고 작은 결박을
불사르고 가노라, 마치 불길처럼!

32 불방일을 즐기는 비구,
방일함에서 두려움을 보는 비구,
그는 퇴보하는 일 없이
다만 열반에 가까울 뿐!

21 appamādo amatapadaṃ pamādo maccuno padaṃ,
appamattā na mīyanti ye pamattā yathā matā.

22 etaṃ visesato ñatvā appamādamhi paṇḍitā
appamāde pamodanti ariyānaṃ gocare ratā.

23 te jhāyino sātatikā niccaṃ daḷhaparakkamā
phusanti dhīrā nibbānaṃ yogakkhemaṃ anuttaraṃ.

24 uṭṭhānavato satīmato sucikammassa nisammakārino
saññatassa ca dhammajīvino appamattassa yaso ‘bhivaḍḍhati.

25 uṭṭhānen’ appamādena saññamena damena ca
dīpaṃ kayirātha medhāvī yaṃ ogho nābhikīrati.

26 pamādam anuyuñjanti bālā dummedhino janā
appamādañ ca medhāvī dhanaṃ seṭṭhaṃ va rakkhati.

27 mā pamādam anuyuñjetha mā kāmaratisanthavaṃ,
appamatto hi jhāyanto pappoti vipulaṃ sukhaṃ.

28 pamādaṃ appamādena yadā nudati paṇḍito
paññāpāsādaṃ āruyha asoko sokiniṃ pajaṃ
pabbataṭṭho va bhummaṭṭhe dhīro bāle avekkhati.

29 appamatto pamattesu suttesu bahujāgaro
abalassaṃ va sīghasso hitvā yāti sumedhaso.

30 appamādena Maghavā devānaṃ seṭṭhataṃ gato,
appamādaṃ pasaṃsanti pamādo garahito sadā.

31 appamādarato bhikkhu pamāde bhayadassivā
saññojanaṃ aṇuṃthūlaṃ ḍahaṃ aggī va gacchati.

32 appamādarato bhikkhu pamāde bhayadassivā
abhabbo parihānāya nibbānass’ eva santike.

* 각주   [ + ]

1. 근래의 경전 번역을 보면 “불방일(appamādo)”을 “부지런함”으로 옮기는 경우가 왕왕 있으나, 이는 경의 깊이를 훼손하는 역어로 보인다. 어원을 살펴보면, “불방일”은 ‘뭔가에 중독되거나 도취되지 않음’을 뜻한다. 경의 정의를 보면, “불방일”은 “누漏와 유루법有漏法에 대해서 心을 지키는 것”(S 48.56)이다. 유루법은 “살생, 도둑질, 삿된 음행, 거짓말, 비방, 거친 말, 잡담, 갈망, 원망, 사견邪見”이자 “(사견邪見에서 사념邪念까지의) 팔사도八邪道”를 뜻한다. 요컨대, “무루無漏”는 “탐・진・치의 멸진”인 바, “누漏”라 함은 ‘탐・진・치가 있음’을 뜻한다. 이와 같이 경으로써 경을 풀이하면, “불방일”은 ‘탐・진・치에 도취되지 않음’, ‘탐・진・치의 멸진을 향해 나아감’이다. 그러므로 “불방일”은 ‘수계受戒’에서부터 ‘누진통漏盡通’까지 이어지는 공부여정, 즉 수행의 처음이자 끝이다.
2. “조심하는 자(saññata, saṃyata)”와 어원이 같은 “saṃyama”는 흔히 ‘자제, 극기’ 등으로 옮긴다. 그러나 ‘자제, 극기’ 등의 역어는 작위적・유위적 의미가 배가되어 있어 “saṃyama”에 부적합하다고 본다.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에서도 “saṃyama”는 아쉬탕가의 마지막 요소 및 그 이후 공부여정과 관련된 것으로, 선불교적 어휘를 동원하자면, “무수지수無修之修”, 즉 ‘닦음이 없는 닦음’에 가깝다. 이는 心이 계발되어 ‘(有爲的인) 산란함이나 침체’로 편향되지 아니하고 ‘(無爲的으로) 心을 미묘하게 운용하는 것’, ‘心을 잘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의미에 가장 가까운 역어는 “조심操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심”은 맹자가 출전인 까닭에 널리 일반화되어 범속한 의미로 통용되긴 하지만, 그 깊은 뜻을 살려서 음미하자면 “saṃyama”의 역어로 고려해볼 만하다. 상응부 7.9경, “순다리카 경”에서도 “진리와 법과 조심操心과 범행梵行, 브라흐만에 도달함”이 순차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바, 이 순서상으로도 “조심”은 ‘무수지수’의 위치에 값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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