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히탓사 경 (AN 4.45)

한때 세존께서는 사밧티 아나타핀티카의 제타바나 정사精舍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로히탓사 천자天子가 밤이 깊어지자 아름다운 자태로 제타바나 숲 전체를 환히 비추며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나아가서 세존께 정례頂禮하고 한쪽에 섰다. 그리고 한쪽에 서서 로히탓사 천자는 세존께 이렇게 말했다.

“참으로, 대덕이시여, 남도 없으며 늙음도 없으며 죽음도 없으며 은몰隱沒도 없으며 출현出現도 없는 곳, 대덕이시여, 세간 끝을 걸어서 알거나 보거나 도달할 수 있습니까?”

“참으로, 벗이여, 남도 없으며 늙음도 없으며 죽음도 없으며 은몰도 없으며 출현도 없는 곳, 벗이여, 그곳을 걸어서 알거나 보거나 도달할 것이라고, 나는 말하지 않습니다.”

“희유하옵니다, 대덕이시여, 미증유未曾有이옵니다, 대덕이시여. 다름아니라, 대덕이시여, 세존께서 바로 이렇게, ‘참으로, 벗이여, 남도 없으며 늙음도 없으며 죽음도 없으며 은몰도 없으며 출현도 없는 곳, 벗이여, 그곳을 걸어서 알거나 보거나 도달할 것이라고, 나는 말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설善說하시오니!

“옛적에 저는, 대덕이시여, 로히탓사라는 이름의 선인仙人, 가난한 촌사람, 허공을 걸어가는 자였습니다. 그때 저는, 대덕이시여, 빠르기가 그야말로 대단하여 마치 강궁을 지닌 신궁神弓이 노련하고 능숙한 활솜씨로 화살을 날려 어렵지 않게 다라수多羅樹[1]“다라수”(tāla)라는 명칭은 「장아함경」, 「잡아함경」 등에 보이며, 종려과 식물로 높다란 야자수 일종이다. 학명은 “borassus flabellifer”. 잎의 특성상 문자를 새기기에 알맞아 고대로부터 경을 새기는 데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경을 새긴 나뭇잎을 두고 산스크리트어로 “팟트라(pattra)”, 한역으로 “패엽貝葉”, “패다라엽貝多羅葉”이라 하였다. 여러 패엽을 편철하면 패엽경이 된다. 현장이 인도에 유학하고 귀국할 때 가져온 경전도 바로 이 패엽경 형태로 된 것이다. 그림자를 쓰러뜨리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그때 저는, 대덕이시여, 걸음이 그야말로 대단하여 한걸음이면 동해에서 서해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때 저는, 대덕이시여, 이런 빠르기와 이런 걸음을 갖추었기에, 걸어서 세간 끝에 도달하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그때 저는, 대덕이시여, 먹고 마시고 삼키고 섭취하는 일 외에는, 대소변 보는 일 외에는, 잠과 피로 회복 외에는, 백년을 살면서 백년이 다하도록 백년동안 걸었으나 바로 그 세간 끝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그만 때가 다하고 말았습니다.

“희유하옵니다, 대덕이시여, 미증유이옵니다, 대덕이시여. 다름아니라, 대덕이시여, 세존께서 바로 이렇게, ‘참으로, 벗이여, 남도 없으며 늙음도 없으며 죽음도 없으며 은몰도 없으며 출현도 없는 곳, 벗이여, 그곳을 걸어서 알거나 보거나 도달할 것이라고, 나는 말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설하시오니!”

“참으로, 벗이여, 남도 없으며 늙음도 없으며 죽음도 없으며 은몰도 없으며 출현도 없는 곳, 벗이여, 그곳을 걸어서 알거나 보거나 도달할 것이라고, 나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벗이여, 세간 끝에 도달하지 못하고서 괴로움의 종식終熄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또한 나는, 벗이여, 想이 있고 意가 있는 바로 이 한 길 몸에 세간이 있으며, 세간의 集이 있으며, 세간의 滅이 있으며, 세간의 滅로 인도하는 걸음이 있음을 알립니다.

걸어서는 그 어느 세월에도
세간 끝에 도달하지 못하나니,
그러나 세간 끝에 도달하지 못하고서는
괴로움으로부터 해탈 없나니.

그러므로 세간을 밝히 아는 자(世間解), 善慧人,
세간 끝에 이른 자, 梵行이 실현된 자,
고요한 자, 세간 끝을 알고서
이 세간도 저 세간도 기원祈願하지 않나니.”

— 「로히탓사 경」[2]이 경은 「증지부」 4.45를 번역한 것이며, 「상응부」 2.26에도 동일한 경이 있다. 그리고 「증지부」 4.46에서는 이 경의 문답을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그대로 전하는 형식으로 반복된다.

* 각주   [ + ]

1. “다라수”(tāla)라는 명칭은 「장아함경」, 「잡아함경」 등에 보이며, 종려과 식물로 높다란 야자수 일종이다. 학명은 “borassus flabellifer”. 잎의 특성상 문자를 새기기에 알맞아 고대로부터 경을 새기는 데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경을 새긴 나뭇잎을 두고 산스크리트어로 “팟트라(pattra)”, 한역으로 “패엽貝葉”, “패다라엽貝多羅葉”이라 하였다. 여러 패엽을 편철하면 패엽경이 된다. 현장이 인도에 유학하고 귀국할 때 가져온 경전도 바로 이 패엽경 형태로 된 것이다.
2. 이 경은 「증지부」 4.45를 번역한 것이며, 「상응부」 2.26에도 동일한 경이 있다. 그리고 「증지부」 4.46에서는 이 경의 문답을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그대로 전하는 형식으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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