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고싱가
2006/12/07

예전부터도 느꼈지만, 주피터 님의 감각과 통찰은 언제나 경탄을 불러 일으킵니다. 고지로 상승할수록 시장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명체들의 역학이니, 고지에 오를수록 외로운 것은 당연한 듯합니다.

그러나 그 고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식이 여럿 존재하겠는데, 니체는 압도적으로 경멸과 파괴의 시선을 택했지요. 그의 표현대로, 그는 “성인”이 되기보다는 “광대”가 되기를 원했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제가 니체를 항상 안타깝고 마음 아프게 바라보는 지점입니다.

어쩌면 니체는 그 시선을 택함으로써 최대한으로 불행했으나, 그 덕분에 그가 살았던 서양은 최대의 사상가를 만나는 혜택을 누렸지 않았나 싶습니다. 니체는 자신이 경험했던 고지가 서양정신사의 그 어떤 고지보다도 높고 또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직각적으로 알았기에 그 경험을 서양 전통의 용어(특히 기독교 용어)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었거니와 예수를 “미숙하다”고 평하고 아우구스티누스를 “사춘기의 가장(假裝)”이라고 평하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저는 니체와 기독교의 차이가 단순한 감수성의 차이가 아니라, 정신적 고지의 높낮이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그루 나무처럼 고지로 상승했던 니체가 아래를 내려다보고서 그 아래의 구조(다름아닌 기독교, 학자, 시장, 다수, 대중, 시인, 심지어 예술가 등등의 세계)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을 때, 바로 그 순간이 니체의 가장 커다란 운명이었던 듯합니다. 그는 과연 하나의 운명이었습니다. 성인이냐 광대냐 하는 그 분수령에서 광대 쪽으로 쏟아져버린 것이지요.

주피터 님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그런 유의 분수령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빕니다.

이수환
2006/12/13

주피터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항상 송년 음악회에서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9번이 연주됩니다. 그런데,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송년 음악회에서 다루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사실 음악계에서는 대단한 작품이었고, 지금까지 인간애를 음악으로 다루는 대표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아마 없을 것입니다.

손색이 없는데, 다만 제가 주피터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것은 송년 음악회에서도 변화가 좀 필요하다는 면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단조로운 면이 다분히 존재합니다. 특히나, 우리 나라 대표 지휘자인 정명훈님은 베토벤을 아주 좋아하는 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그 분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모차르트 작품을 연주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인류가 모차르트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입니까? 저는 이런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 중에서 모차르트가 빠진다면, 이는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에 불과하다.’ 라는 것입니다. 모차르트 음악이 없으면, 우리 인간은 확실히 어둡고, 암울하고, 더욱 더 자연의 거대함 속에서 움츠러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없이 초라해 보일 것입니다. 그나마 모차르트 음악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의 생각일까요? 모차르트 음악을 한 번 들으면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아름다운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그 향기에 듬뿍 취하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감동합니다.

저는 16살, 내년이면 고등학교 1학년이 됩니다. 제 또래의 아이들은 매일 가요 얘기를 합니다. 제가 들으면 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를 주변 친구들은 극찬하고, 좋다고 하고, 듣고 싶어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얼마나 좋은지도 모르고 노래 같지도 않은(랩 따위)노래만 따라가면서 급기야는 가수 앞까지 가서 소리 지르고 픽픽 쓰러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참으로 밉고 경멸하는 마음이 듭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사람들이 모차르트 음악을 많이 들어줬으면 합니다. 그게 바램입니다. 모차르트 음악을 듣고 전 세계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현주
2006/12/15

갑자기 듣고 싶은 곡이 있어 찾아왔어요.
그런데 딱 고것만 없네요..ㅠㅠ
KV382..
옛날.. TV에서 해준 모짜르트를 찾아서란 영화에서 내내 나오던 그 음악…
모짜르트가 누구인지 론도가 뭔지도 잘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 피아노 연주는 벌써 몇년전 잠깐인데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고싱가
2006/12/15

정현주 님, 반갑습니다. KV.382 곡을 올려놓았어요. 흐뭇한 감상 되길 빕니다.

김수환 님, 오랜만입니다. 예전에 청하셨던 오페라들 중 아직 ‘이도메네오’를 올리지 못한 것 같네요. 좀더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는 나이라고는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이 단아하고 명확하고 핵심을 찌르고 있군요. 훌륭하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주피터
2006/12/16

저 역시 이수환님에 대한 고싱가 선생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덧붙인다면,

한국음악계의 의식수준이 우리 수환님을 따라가지 못하는군요.

이수환님은 앞으로 이 세상의 큰 보배가 되실 것이라고 저 주피터는 확신합니다.

그럼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백재민
2006/12/17

선생님^^
재민이 다녀갑니다.
현선생님도 잘계시지요?

고싱가
2006/12/17

재민 씨, 오랜만입니다. 그대의 감각을 펼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니 무척 기쁘군요. 알차게 배워서 저한테도 가르쳐 주고 그러세요.

주피터 님, 이곳을 편하게 여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 무리의 방향으로 치닫는 사람은 다수이고,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은 소수인 듯합니다. 돌아보니 옛날도 성실하고 현재도 성실하다는 선인의 말씀이 생각합니다.

이수환
2006/12/18

안녕하세요? 고싱가님과 주피터님의 말씀을 보았는데 제게는 과찬입니다.

그래도 칭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모차르트 오페라『이도메네오』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정말 기대되고, 흥분됩니다. 이렇게 좋은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저께 첫눈이 내렸습니다. 밖은 온통 새하얀데, 이런 날에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더욱 더 풍성한 것 같습니다. 비록 추운 겨울이 우리를 괴롭게 한다고 해도, 이 괴로움을 넘어서 우리 인류는 다시 봄을 맞으며 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자연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참 한없이 작은 존재이겠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노력으로 인간은 살아왔고, 현재의 디지털 시대, 정보화 시대를 일구어내었습니다. 우리의 생활은 정말 옛날과는 다르게 편리하게 바뀌었습니다.

더욱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주변에서는 비인간화 현상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비인간화라고 하면 ‘정’을 잃어버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함이 오가지 않는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이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인류의 역사는 실제로 10000년이라고 하지만, 사실 60억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를 볼 때 정말 한없이 작은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렇게 한없이 작은 존재인 우리가 불가피하게 많은 동물들과 식물들을 괴롭히고, 먹기 위해 도살하고 하는 것은 비인간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단지 인간과 인간 사이로만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작은 존재인데…….

동물, 식물들도 다 대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인데, 우리는 그들을 식민 지배하는 셈이 된 것입니다. 그들을 가끔은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굶어죽을 수도 없는 처지인데 말입니다. 휴, 이렇게 말하는 저도 사실은 고기를 참 잘 먹는답니다. *^^*

그저 바라는 것은, 진정으로 인간이 이 땅에 살아가면서 지구를 좋은 쪽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동물들도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지 경마장에 돈을 뿌리고, 도박에 빠지고, 매일을 술로 살며 향락에 취해 산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살아야 할 삶이 아니며, 이 지구를 멸망으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동물들도 언젠가는 분노할지 모릅니다.

우리에게는 마음을 편히 가지게 해주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있습니다. 술과 담배보다, 훨씬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무한한 기쁨이 바로 모차르트 음악에 있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에 취해 사는 기쁨을 정말 무엇에 비할까요?

아름다운 삶은 우리에게 정말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아름다운 삶은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 것입니다. 지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도 될 것이고요.

그나저나, 동물들도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트롬보니스트
2006/12/21

이런 평화로운곳이 있다니…^^
일단 너무 감사합니다..^^
아마데우스를 그리고 그의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저와 제아내 그리고 아내 뱃속에있는 우리아가를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경
2006/12/23

고싱가 님, 따뜻한 격려의 말씀 늦게나마 고맙습니다. 이틀 전에 부대 배치를 받고 본격적인 군복무를 시작했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을 다시 들으니 지난 두 달간 긴 터널같은 시간들이 아주 낯설고, 그 시간에 온 몸을 끼워맞춘 제 자신이 낯설군요. 그간 숲에는 새 글이 많이 올라왔네요. 잠깐 인터넷을 이용하는 터라 읽지는 못하고, 간단히 인사만 전하고 갑니다. 여전히 충실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시길 빕니다.

고싱가
2006/12/27

다경 님, 반갑습니다. 겨울삭풍과 함께 부대 배치를 받으셨군요. 원시적인 몸과 가난한 정신과 혹독한 환경과 매몰찬 인간관계들…그런 것들 속에서도 맑은 영혼을 유지했던 제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지 못했는데 그 친구는 그랬어요. 저처럼 척박한 성품에서 하나하나 발전해왔던 부류도 있는 반면, 그 친구처럼 젊을 때부터 고고함을 알았던 부류도 있는 듯합니다.

트롬보니스트 님, 반갑습니다. 제가 일주일 정도 여행 중이어서 인사가 늦었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축복을 빌어봅니다.

고싱가숲
2006/11/25

김흥순 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건강하게 사는 것…

주피터 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별고 없었는지요. “하숙집 노신사 쇼펜하우어” – 참 멋진 표현이군요. 그 노신사의 빙그레 웃는 모습이 곧 주피터 님 모습이기를 빕니다.

김흥순
2006/11/24

안녕하세요
라고 첫 인사를 하기에는
꽤나 오랜전부터 제 즐겨찾기 목록에 남아있는 홈페이지 입니다만..

처음 인사 드리네요

오늘도 이렇게 늦가을 감나무에
저녁새 쉬어가듯.. 조용히 듣다 갑니다

마음에 온기가 없다 보니
조석으로 가볍게 스치는 바람에도
꽤나 추위를 타게 되는 요즈음 이네요

몽테뉴의 이런 유명한 말도 있지요..
쾌락도 지혜도 학문도, 그리고 미덕도,
건강이 없으면 그 빛을 잃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고싱가숲
2006/10/25

문산, 득남을 축하합니다. 그대를 닮은 사람이 세상에 나왔다니 한없이 기쁩니다.

다경 님, 군입대를 하셨군요. 젊은 나이에 참 깊이 있게 움직이시는 듯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태고의 자연을 가로지르는 낮고 느린 사자후처럼, 진정한 대장부의 살림을 사시기를 빕니다.

이현욱 님, 박현숙 님, 반갑습니다. 좋은 인연 되기를 빕니다.

강물 님, 잘 다녀왔습니다. 절반 가량은 절집에 머물렀습니다. 가을 단비가 내린 뒷날, 사찰 경내 곳곳에 따사로운 햇볕이 꽉꽉 들어찼습니다. 뜨락을 말리는 햇볕소리 들리고, 그 뒤를 바람따라 운영(雲影)이 빠르게 쓸고 갔습니다. 훅 펼쳐진 앞산의 산빛은 물씬 짙어졌는데, 계곡물 흐르는 소리, 절집을 둥글게 감싸고 돌았습니다. 그 소리, 법당마다 요사채마다 들려오니 명고타종은 영글대로 영글었고, 저녁예불 뒤, 달빛마저 사라진 밤하늘은 소쇄한 별빛이 시리도록 맑게 빛났습니다. 그 별빛 사라진 아침에 비를 들고 뜨락을 쓰니, 3주간의 장기간 포행이 끝나고 이제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채훈 님, 오랜만입니다. 하시는 일들마다 이채훈 님의 감각과 통찰이 깊이 구현되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빕니다. (저의 실명을 OO처리하였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옥희 님, 반갑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찾고계신 K.528은 저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콘서트아리아를 녹음한 음반은 정말 찾기조차 힘들더군요. 후일에 구입하게 되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최하나 님, 반갑습니다. 저의 «비극의 탄생» 번역이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항상 고민입니다. 너무나 명료하게 이해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분들은 대개 니체 마니아들이어요. 그리고 그분들은 소수이지요. 그외의 분들은 어렵다고 느끼나 봅니다. 그래서 원문의 문장을 뚝뚝 잘라 단문으로 개편할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또 최하나 님처럼 수월하게 이해했다는 의견을 접하면 참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이옥희
2006/10/26

답 글 잘 받았습니다. K.528 콘서트 아리아를 이채훈님께서 구해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더 신나는 음악 하겠습니다.지속적인 관심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