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렐로, 어서 식탁을 차려라!”

한동안 모차르트 음반을 구입하지 않았던지라 최근 출반된 음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요즈음 부쩍 모차르트를 들으면서 음반 조사를 해 보니 눈에 띄는 음반들이 꽤 있다. 예전에는 눈에 띄는 족족 구입했는데 이제는 그런 열정의 시절은 지나가 버렸는지 어지간하면 구입을 안 한다. 그래도 계속 눈길을 주게 되는 곡들이 있는데, 가령 <돈 조반니>가 그렇다.

르네 야콥스의 <돈 조반니>가 그간에 출반되었나 보다. 모차르트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모차르트 오페라 스페셜리스트의 녹음이 무척 기대될 것이다. 르네 야곱스의 녹음은 고증 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로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 이미 출반된 것이지만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녹음도 비교적 최근의 해석에 속한다.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는 그 유명한 콘서트헤보 관현악단과의 마지막 교향곡 녹음으로 인해 호오가 분명하게 갈리는 지휘자이다. 그러나 그 녹음 때문에 그를 멀리 하는 것은 실수일 수도 있다.

유튜브의 영상물과 아마존의 미리듣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반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 천만 다행한 일이다. 어느 유명한 평론가들의 평보다도 조금이나마 자신이 직접 들어보고 선택하는 것이 최상이다. 더구나 관현악 연주 이외에도 각 가수에 대한 취향까지 고려하면 누군가의 추천 글을 통하여 오페라 음반을 구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래의 영상물은 출반된 음반의 음원과 다른 것이지만, 각 지휘자의 <돈 조반니> 해석을 엿볼 수 있는 충분한 내용을 보여줄 것이다.


Nicolaus Harnoncourt, Opernhaus Zürich 2002, 서곡과 시작
가수들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né Jacobs, Baden Baden 2006, 주요 곡 발췌
Johannes Weisser (Don Giovanni)
Marcos Fink (Leporello)
Malin Byström (Donna Anna)
Alexandrina Pendatchanska (Donna Elvira)
임선혜 (Zerlina)
Nikolay Borchev (Masetto)
Werner Güra (Don Ottavio)
Alessandro Guerzoni (Commendatore)

 
<돈 조반니> 이야기가 나온 김에 피날레를 들어보자. 우리 모두는 자신의 기사장이 있으며 자신의 돈 조반니가 있다. 그 둘은 우리 안에서 엄격하게 그들 스스로의 길을 지키며 간다. 그 둘은 우리 안의 손님들이다. 기사장 석상이 살아서 방문하자 덜덜 떠는 레포렐로에게 돈 조반니는 말한다: “레포렐로, 어서 식탁을 차려라!”(Leporello, un’altra cena Fa che subito si porti!) 돈 조반니와 기사장 모두 서로 존경할 만한 손님, 존경할 만한 적수를 만난 것이다.

상호 존경이 있기에 서로 간에 단검처럼 식사 초대가 교차하는 것이고, 마침내 돈 조반니는 (레포렐로가 말리는데도) 기사장의 식사 초대에 응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파국을 완성한다. 그는 파멸한 것이 아니라 단지 기사장의 식사 초대를 긍지 있게 수락했을 뿐이다.


Furtwängler, Salzburg Festival 1954, 피날레의 기사장 석상 장면
Cesare Siepi (Don Giovanni)
Dezsö Ernster (the Commendatore)
Otto Edelmann (Leporello)

 


피날레의 기사장 석상 장면, 1990
Samuel Ramey (Don Giovanni)
Kurt Moll (the Commendatore)
Ferruccio Furlanetto (Leporello)

 
관련글: 돈 조반니—인간 존엄의 희롱, 인간 심연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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