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부 경전 몇 구절

냐나틸로카 엮음, 김재성 옮김, «붓다의 말씀»(고요한 소리, 2006)을 읽어본다. 이 책의 원저는 독일인 냐나틸로카 스님이 아함부 경전에서 불교의 근본 가르침과 관련한 대목을 주제별로 묶어서 영어로 번역한 책 «The Word of the Buddha»이다. 이 책을 역자 김재성이 팔리어 텍스트를 함께 참고하여 우리말로 번역하였다. 이제까지 접해본 아함부 경전의 우리말 번역서들 중에서 번역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 번역본이 지속적으로 개정되면서 3판에 이른 것만 보아도 그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말 번역본이 3판에 이른 경우는 나도 처음 접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들이 있어 몇 군데 소개한다:

비구들이여, ‘나는 있다’라는 생각은 허망한 생각이다. ‘이것은 나다’라는 생각은 허망한 생각이다.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생각은 허망한 생각이다. ‘나는 이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은 허망한 생각이다. 허망한 생각은 병이며, 질병이고, 가시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허망한 생각을 극복하면 그는 침묵의 성자라고 한다. 이 침묵의 성자에게는 더 이상 태어나는 것도 없고, 죽는 것도 없으며, 떨리는 것도 없고, 욕망하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그 어떤 것이 있어서 그것에 의해서 태어나야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나이를 먹어 늙겠는가? 늙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죽음이 있겠는가? 죽음이 없는데 어떻게 떨리는 것이 있겠는가? 떨리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욕망하는 것이 있겠는가?

— «중부» 140 “界分別經” MN III 246
 

비구들이여, 태어남[生]이란 무엇인가. 생명 있는 존재들이 이런 저런 유정(有情)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 태어나진 상태, 지각이 태어나는 것, 존재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 다섯 가지 무더기[五蘊]의 생겨남,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의 발생 등, 비구들이여, 이것을 태어남이라고 한다.

— «장부» 22 “大念處經” DN II 305-307
 

자신의 행복을 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화살을 뽑아라.

— «숫타니파타» Sn 592
 

비구들이여, 물질[色], 느낌[受], 지각[想], 형성[行], 의식[識]을 즐기고 있는 사람은 괴로움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다. 괴로움을 즐기고 있는 사람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나는 말한다.

— «상응부» XXII 29 “歡喜” SN III 31
 

비구들이여, 청정한 범행의 목적은 재물, 명예,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니며, 계(戒), 정(定), 지견(知見)을 얻는 것이 아니다. 비구들이여, 흔들림이 없는 마음의 자유(akuppā cetovimutti)가 청정한 범행의 목적이며, 핵심이며, 궁극의 도달점이다.

— «중부» 29 “心材喩大經” MN I 197
 

그러므로, 아난다여, 자신을 등불(또는 섬)로 삼고, 자신을 피난처로 삼아야지 다른 것을 피난처로 삼아서는 안된다. 법을 등불(또는 섬)로 삼고, 법을 피난처로 삼아야지 다른 것을 피난처로 삼아서는 안된다.

— «장부» 16 “大般涅槃經” DN II 100
 

비구들이여, 내가 깨달아 너희들에게 가르친 이 법을 너희들은 잘 간직하고, 잘 보존하고, 잘 닦으며, 자주 실행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의 복리와 안녕을 위해서, 세상의 위안을 주기 위해서, 천상의 천신들과 인간들의 행복과 복리와 안녕을 위해서 이 청정한 범행(梵行)이 잘 유지되고 오래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 «장부» 16 “大般涅槃經” DN II 120

냐나틸로카 스님의 «The Word of the Buddha»의 영어 원문은 웹으로 공개되어 있다. 이 책이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초기경전에서 간추려 번역한 텍스트라면, «Fundamentals of Buddhism: Four Lectures»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에 대한 냐나틸로카 스님의 해설서이다. 아울러, 불교 용어와 교리를 정리해 놓은 사전 «Buddhist Dictionary»도 웹으로 공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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