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권상일
2007/12/19

안녕하세요. 물리과 대학원생입니다. 실험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조금씩 차라투스트라를 보고 있는데요, 번역에 문제가 많다고 하셔서 그냥 캠브리지의 영역본을 구입해서 한글 번역본과 고싱가님의 번역과 같이 더불어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싱가님의 번역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몰락”에 대한 것이 있더라구요. 철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선 전 그냥 “하강”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영역본은 going down 혹은 다른 용어를 쓸 때도 있던데… 차라투스트라가 일종의 깨달은 자이기는 하지만 전 나름 친근함을 느끼고 있거든요. 그런 사람이 고준한 곳에 있다가 우리에게 뭔가를 보이고, 나눠주고 싶어서 우리들에게 다가오는데 같은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그런 행위를 왜 “몰락”이라 칭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인데, 누군가 맨 처음에 몰락을 써서 그냥 다들 따라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ㅡㅡa 심지어 물리에서도 용어 관련해선 비과학적인 얼토당토않는 용어들조차 역사적인 이유로 쓰일때가 너무 많거든요.

고싱가
2007/12/20

‘몰락’이라는 낱말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자가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자를 상상할 때 떠올리기 쉬운 단어인 듯합니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자”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니체는 이 거리에 대한 느낌을, “거리감”, 혹은 좀더 강조해서 “거리의 파토스”라고 불렀지요.

이러한 거리감에서 필연적으로 파생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낱말 선택의 문제이며, 동일한 낱말에 대한 상이한 해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차라투스트라»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만이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런 자는 ‘밤’이자 ‘정오’인 자이고 그림자가 없다는 의미에서, “아무도 위하지 않는 책”이며, 그와 동시에,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자들이 오로지 자기 관점에 입각해서만 읽고 해석하고 만다는 의미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모두를 위한 책, 아무도 위하지 않는 책”이라는 «차라투스트라»의 부제가 바로 이런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결국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느냐 아니면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느냐의 차이가 결정적인 차이이지, 역어의 선택이나 해석의 입장은 소소한 차이, 파생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권상일
2007/12/21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번역이라는 것은 그 안에 엄청난 노력과 고뇌들이 스며들어가 있는 작업이군요.

정수환
2007/12/30

안녕하세요.. 한동안 모짜르트를 잊고 지냈습니다. 문득 생각나서 들렀어요.. 오늘 하루 우울했는데.. 한가지를 얻었어요.. “아기가 어릴때는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게 하고, 아기가 크면 새처럼 날게하라” 제가 할일이었어요..

고싱가
2007/12/31

정수환님 정도면 모차르트를 잊고 지낸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보는데…^^ 아마도 공부를 무척 집중해서 하시는가 보군요.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기를 빕니다.

mattise
2008/01/13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 릴리 크라우스 연주 잘 듣고 갑니다.
종종 애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싱가
2008/01/15

mattise님 반갑습니다. mattise님과 릴리 크라우스 이미지가 겹쳐지는군요^^

송주현
2008/01/15

안녕하세요. 고싱가님..
아주 오래전에 한번 흔적을 남겼었는데,
올해도 자주 와서 좋은 글과 좋은 음악을 맘껏 취하겠다는 의미에서,
인사 드립니다. ^^

하루의 시작을 모차르트로 시작하는것 만큼이나,
하루의 마무리를 모차르트로 하는 것도 무척이나 좋더랍니다.
오늘은 오보에 사중주로 편안한 밤이 될꺼 같습니다.

고싱가님도 평안한 밤 보내시와요..

리디아
2007/11/28

저는 독문학을 전공한 가톨릭 신자입니다. 최근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신비사상에 대한 글을 읽고 너무 심오하여 좀 더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던 중 이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방대한 자료들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니체 번역의 글을 읽고 감탄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벅차서 몇 자 글을 남깁니다.

violin123
2007/11/28

안녕하세요. 전 미래의 바이올리니스트 유슬기랍니다. 여기에서 아름다운 음악 감상하며 갑니다.

고싱가
2007/10/06

강물님 감사합니다. 저의 경솔함에서 비롯된 일이니 심호흡을 하고나서 다시 시작하렵니다.

armdown님 감사합니다. 자숙하면서 용기를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셨군요. 논문을 쓰고 계시나본데 건강하시길 빕니다. 언급하신 대목은 저도 관심이 많습니다. 더불어 보르헤스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도 관심이 있고요. 언젠가 번역하게 되면 메일로라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옹이
2007/10/14

제가 던졌던 질문을 한동안 잊고 있다가 이제 확인했네요. 필립 솔레르스의 책에서 본 거였군요. 답변해주신 다경님, 고싱가님 감사합니다^^

美蘭
2007/10/30

오보에 협주곡을 듣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요.

오보에 협주곡 in C major 신청합니다.

고싱가
2007/10/31

설마… 하고 찾아보았더니 정말 오보에 음악이 없네요. 그래서 음반들을 뒤적거려 보았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저작인접권이 만료된 음원이 제게는 없었네요. 적어도 1956년 이전에 녹음된 음원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대신에 오보에 사중주 한 곡을 올려놓습니다.

권상일
2007/11/16

안녕하세요. 예전에 글 올렸던 조용필 좋아하는 물리과 대학원생입니다. 여기에는 종종 들어오는데 방명록은 잘 안 남깁니다. ㅎㅎ
인문학하거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물리학을 취미로 해보려는 사람을 찾기 힘든데, 물리하는 사람중에서는 인문학과 음악에 관심이 참 많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현세의 욕망과 같다는 지적 욕망 때문일까요.
학부 때 서양철학을 공부해보려고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절에 다니시긴 했지만 전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따라갔던 절에서 만화로 된 장자를 읽었던 것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의 출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안동림 역본 장자를 읽는데 잘 모르겠어요. 여튼 그래서 그런지 서양철학에 대한 강의들을 들으면서 공감가던 부분이 많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습니다. 물리학 전공자의 입맛에선 철학한다는 사람들은 공허한 글빨만 남발하는게 취미인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불성실하게 공부했던 탓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 글들을 보면서 고준한 경지를 바라보고 가보려는 사람들의 노력들을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더불어, 아직 장자와 니까야도 헤메며 읽지만 틈나는대로 니체도 진지하게 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숫타니파타를 읽을 때는 쉽고 단순한 문장에 긴 여운이 있었는데 니체는 어떨까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