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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싱가 숲 &#187; 관룡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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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산들바람으로,폭풍으로,나비의너울거림으로</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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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얼음처럼 차갑고 불처럼 뜨거워라 — 통도사와 관룡사의 반야용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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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30 Nov -0001 00:00:00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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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table class="alignleft">
	<tr>
		<td width="300"><img id="image412" src="http://www.gosinga.net/wp-content/uploads/2007/04/8101.jpg" alt="통도사 진입로" /></td>
	</tr>
	<tr>
		<td width="300">통도사 진입로의 겨울 오후. 이 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어느새 축복이 되었다. 생활이 너무 멀리 나간 것인가</td>
	</tr>
</table>

나무들이 욱여싸고서 마련해 놓은 공간은 깊고도 높다. 지금 여기에 어울리는 것 이외의 것이 틈입해 오면 안될 것같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 간간히 산새 우는 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빛. 이런 존재들만이 이 공간에 기품을 더할 수 있으리라. 내 발길로 기품을 더하지는 못할망정 해치지는 않으리, 사무사(思無邪)의 마음으로 걸으리. 어느새 이런 공간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축복이 되고 때로는 사치가 될 정도이니, 생활과 생명이 너무 멀리 나간 것은 아닐까.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 오후 4시의 통도사 진입로는 깊고 청랭하다. 한참을 걸어 진입로의 기품이 몸에 젖어들 무렵 일주문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널찍하게 펼쳐진 부도밭. 세간 사람들이 쌓아놓은 아기자기하고 야트막한 돌탑들, 현대의 멋없는 부도비들, 그리고 저 윗쪽으로 부도들. 통도사의 일주문은 그 셋의 현존과 함께 등장한다. 세간 사람들의 돌탑들은 사뭇 정겹다. 하나같이 낮아서일까. 인간의 욕망이 그토록 크다고 하더라만, 어찌 이리도 소박하게 탑을 쌓았을까. 빈 공간을 찾아 펑퍼짐하게 얼기설기 어깨 겯고 자리잡은 그네들의 소망은 한결같이 자잘하다. 나의 소망도 저 엄지손톱만한 돌멩이의 크기를 넘어서는 안되겠지. 아니,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가려면 저 소망조차도 무거운 짐에 불과하리. 바람아 불어다오, 저 소박한 돌탑들마저 어루만져다오.

부도밭을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이미 해는 산 능선 위에 바짝 다가가 나그네의 발길이 늦었다고 알린다. 사찰 경내에 뿌려진 빛살이 거두어질까 걱정이 앞선다. 일주문을 통과하자마자 나무장승과 돌장승. 그네들에게 눈을 맞추는 사이 어느새 산문 안에 한 줄기 한 줄기 나리던 빛들마저 사위어간다. 이제 사찰 등 뒤 동녘의 산등성이만 빛이 들고, 경내는 추운 겨울날 저녁을 채비한다. 만물로부터 각광을 받더니 이제 사물의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빛. 어찌 하늘은 우리에게 이런 변화를 날마다 보여주며 시시각각 사위어가는 만물의 존재양식을 고지하는가. 그러나 고마워라. 그 소멸의 고지와 함께 인간 생의 근원적인 출발점을 알리는 것이리니, 부디 모든 날들은 그 사윔을 잠시라도 숨기지 마시라. 그곳은 위험한 장소, 쓸쓸함을 거두고 새롭게 생동할 수 있는 곳, 예기치 못했던 어느날 한 시각의 접점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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