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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낙타다리 씹기”


글 제목이 좀 괴이했다. 나로서는 처음 접한 이인성의 글이었다. 벌써 십 수년 전 일이다. 병상에서 낙타다리를 씹는다며 우물우물 뭔가를 씹던 그의 스승 김현을 목도하고서 이인성은 그 의미를 놓치지 않고 이 제목의 글을 써서 세상에 알렸다. 구약성서에서 식육을 금했던 낙타의 다리를 김현이 의도적으로 씹어 먹으려고 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김현의 말년 일기를 보면 종교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이 나타난다. 그에게 또 하나의 아버지였던 어느 목사(존함이 이국선 목사였던가), 불문과를 졸업하고 신학을 하려고 했던 젊은날, 민중신학에 대한 관심, 구조주의 문학비평의 실례로 든 서인석 신부의 책, 목사와 문학평론가의 비교(김현은 특히 문학평론가의 비윤리성을 못 참았던 듯하다), 김주연의 평론에 대한 관심 등, 그의 일기 내용을 통하여 우리는 그의 종교적인 관심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인성의 글에 의하면, 김현은 말년에 교회를 다니곤 했단다.

김현은 어느 글에선가 대학교양 수업 때 불교개론을 듣고 그의 청소년기를 지배했던 그리스도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청소년 시절 교회생활에서 얻은 그 뭔가의 경험을 끝내 잊지 못한 듯하다.

지금은 김현으로부터 비켜 있긴 하지만 아마도 내가 20대 시절에 김현의 세례를 전폭적으로 받았던 배경에는 그의 종교적인 관심이 한몫 했을 것이다. 그가 종교에 관한 글을 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글이 종교적 경험 혹은 종교적 깊이을 알고 있는 자의 글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성실한 학자, 아니 성실한 인간의 글을 읽고 깊이 반성했다. 그래서, 내팽개치다시피 했던 내 자신을 다시 한번 응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켠에서는 김현에 대한 비판이 상당한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어쨌든 나는 그에게 평생토록 고마워할 것이다.
 

아무튼 <죽음 앞에서 낙타다리 씹기>를 통하여 스승의 내면을 정조준했던 이인성이 올해 2월에 정년이 12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교수직 명예퇴직 신청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소설을 쓰고 싶어서란다. 연합뉴스에서는 전화통화로만 취재를 한 듯한데, 동아일보에서는 이인성을 직접 만나 취재를 했나 보다. 그런데 그 만남의 장소가 하필 부안의 격포 해안에 있는 어느 횟집이다. 부안의 격포 해안!—언젠가 사나흘 헤매다 오고 싶은 곳.

동아일보 기사, 창작활동 전념하려 서울대 교수직 사임 이인성 씨의 인상적인 대목 한 군데를 소개한다:

부부가 함께 직장을 그만두면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연금이 나와서 웬만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사서 고생한다며 걱정이다. “시 쓰는 후배 성기완(成耆完)이 그러더라고요. 그걸 걱정하는 사람들은 길 위에서 살아 보지 못해서 그런 얘길 한다고.”

책읽기를 게을리해서 그의 소설을 거의 읽지 못했는데, 이제 읽어보아야겠다.


이 글은 2006년 03월 01일에 작성되어 인문·종교(으)로 분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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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낙타다리 씹기”'에 대한 댓글 2


  1. 본문중에 문학평론가 ‘김주연’이겠지요? 저는 그날, 이인성 인터뷰 당일날, 그와 이박삼일을 함께 했었답니다. 사진도 찍었는데, 언젠가 보여드리지요.
    그리고 니체 번역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상의드릴 내용이 있는데, 언제 시간이 되면 말씀 좀 나누고 싶습니다. 나름대로 기획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제가 도움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건강하시길.

    김재인

    2006년 03월 02일

  2. 아, 그렇군요. 김주현이 아니라 김주연이군요. 어서 고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인성 선생님과 부안 여행을 같이 하셨군요. 김재인 선생님은 여기저기 활동하시는 판이 넓은가 보군요. 놀랍습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쓸 때는 정말 착한 맘 먹고 글을 써야 할 듯합니다. 언제 어디서 관계된 분이 나타날 지 모르니까요^^ 제가 곧 선생님의 주소로 전자우편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싱가 숲

    2006년 03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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