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의 보현봉

정릉 청수장 동네에서 바라본 보현봉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주로 내부순환로를 타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민대앞 램프를 향할 때 먼저 눈맞춤하는 것은 어김없이 북한산 보현봉과 형제봉이다. 특히 이들은 서재 창으로 언제나 대면하는 이들이어서, 이들이 보이는 순간 곧 집에 왔다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설레임 속에 내부순환로에서 빠져나와 정릉4동사무소 교차로에서 한 템포 정차했다가 좌회전하여 정릉 청수장 동네에 진입하게 되면, 품을 크게 펼쳐 온 마을을 품어주는 위엄 속에 보현봉이 그 품위 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이 흠모할 수밖에 없는 자태를 대할 때마다 내 심장은 언제나 두근거린다.
정릉 청수장에서 바라보는 보현봉이 최고이다. 홍제동이나 홍은동, 구파발 쪽의 보현봉은 매우 날카로운 암봉으로 드러나지만, 정릉 쪽의 보현봉은 커다란 그늘, 위로의 산봉우리로 드러난다. 이 두 언어를 절충해서 보여주는 것이 경복궁 쪽에서 보이는 보현봉일 것이다.
보현봉, 형제봉과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행복하고 행복하다. 일생을 통하여 지음을 만나는 게 힘들 듯, 내가 셈세한 호흡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산봉우리를 만나는 일도 드물다. 특히나 보현봉 골짜기를 타고 바람이 불어 내 서재를 한없이 서늘하게 만들 때에는 마치 보현봉 품 한가운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오는 날 창밖의 경국사 숲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나무들이 거칠게 흔들리고. 그럴 때는 거실로 나와 창밖을 망연히 쳐다본다. 청수장 동네 전체가 보현봉 품 안에서 한 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인 듯하다. 경국사 숲의 나무들은 사정없이 흔들리며 보현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환영한다. 몸부림치며 만물의 질서를 재편하는 듯한 느낌,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창조만 남은 듯한 시간. 아, 나는 이런 풍광을 얼마나 원했던가!
맑은날은 집 뒤 용왕산에서도 보현봉이 보이지요. 꼭 보현봉인지는 모르겟지만 북한산 봉우리가 잘 보여요. 여름을 어떻게 지내시나요? 스페인을 다녀왔어요. 돌려드려야 할 책도 있고 현 선생님 좋아하는 옥수수도 있고 시차적응이 되면 언제 놀러 갈게요.
강물
2009년 08월 21일
보현봉 맞을 겁니다. 아마 가장 높은 봉우리로 보일텐데 그쪽 방향에서는 좀 날카로운 암봉으로 드러날 겁니다.
스페인을 다녀오셨군요. 건강하게 다녀오신 것같아 다행입니다. 옥수수도 먹고 싶고 답사도 다니고 싶고 그렇습니다. 이제는 한번에 여러 군데 가는 것보다 한갓지게 절집과 산내암자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는 답사가 좋은 것같습니다.
고싱가
2009년 08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