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잔치는 끝나가고
경제에는 문외한이지만, 한국은 지금 역사적 순간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는 예감을 떨치기 어렵다. 부동산거품과 금융거품이 초래한 이 위기는 이제 정부가 통제할 수 없을 수준에 이른 것같다. 이 위기가 마침내 현실화되면 현재의 우리들은 훗날 한국경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페이지에 거론되는 역사적 존재가 될 것이다. 이는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금융자본주의의 역사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마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세계경제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금융자본이 생존을 위해 (즉, 빚을 남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가운데, 세계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를 빼앗기 위한 화폐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 상황에서 어느 한 곳에서 전쟁이 터지든지 어느 한 나라가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면, 위기에 빠져 있는 국제 금융자본은 자신들의 빚을 그 나라에 전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다. 제대로 말하자면, 그들은 빚을 남에게 전가시키기 위하여 반드시 전쟁을 일으키거나 반드시 가급적 여러 나라를 경제적으로 쓰러뜨릴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노무현 정권 때부터 비롯된 부동산거품과 금융거품, 그리고 현 정권의 거품 확대일로 정책과 실정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면, 외부적으로는 금융자본주의의 탄생 자체가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서브프라임 대출과 파생상품은, 따지고 보면, 금융자본주의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 공학적 산물에 불과하다. 새사연의 김병권은 신자유주의를 일컬어 “경제의 금융화, 금융의 세계화”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는데, 신자유주의는 다름아닌 규제가 완화된 (국경까지 넘나드는) 금융자본주의인 것이다. 따라서 현 위기의 근본을 논하자면, 화폐와 금융의 본질을 논해야 하는 것이며, 브레턴우즈 체제 및 달러 일극체제의 본질을 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이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신 브레턴우즈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는 어제일자 기사는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었다. 연이어 실정을 구사하고 있는 현 정부 내에 그래도 금융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참모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취지의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산업은행 민영화는 “신 브레턴우즈 체제”와는 정반대되는 행보이기에 참으로 기이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청와대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 내용이 와전되었다고 진화하고 나섰다. 하기야 이명박 수준의 지식으로는 “신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아마도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는 이명박의 일반론적 의견에 대하여 르 피가로 기자가 “신 브레턴우즈 체제를 의미하는 것이냐?”고 캐묻자 무식함을 감추기 위하여 “일종의 그런 것”이라고 얼버무려 답한 것이 아닐까? 일국의 지도자를 비웃을 수밖에 없는 현실도 씁쓸하다.
부풀대로 부푼 부동산거품이 마침내 터지고, 이에 터잡은 금융자산이 폭락하고, 외환위기가 닥쳐오고,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되면, 과연 누가 이익을 볼 것인가? 다름아닌 국제 금융자본들이다. 수년 사이에 몇 조원의 이익을 챙기고 떠나는 론 스타가 여럿 등장할 것이다. 그들의 이익은 곧 우리 국민을 노예화시켜서 얻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1997년 IMF 사태 때보다 훨씬 더 혹독하게 훨씬 더 장기간 힘겨운 세월을 보낼 가능성이 많다.
나같은 비전공자조차 경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상황이 두렵다. 언론이야 기대할 바 없다하더라도 경제학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능한 엘리트들과 식견없는 학자들이 이 나라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자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갈 지 비분강개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안 우리는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빚잔치를 벌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제 빚잔치의 혹독한 댓가를 치를 시기가 다가왔다. 우리의 빚잔치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면 그나마 덜 괴롭겠지만, 국제 금융자본의 빚잔치에 대해서도 노예가 되어 책임져야 할 시기가 왔다.
kabbala의 느낌…
“그들은 빚을 남에게 전가시키기 위하여 반드시 전쟁을 일으키거나 반드시 가급적 여러 나라를 경제적으로 쓰러뜨릴 것이다.” (고싱가 숲)…
kabbala's me2DAY
2008년 10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