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
길을 떠날 때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야 하는 곳으로 가는 기분이 든다.
그곳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나무들이 흔들린다. 자연의 소리, 물 흐르는 소리.
그곳에 자연처럼 자리잡은 집들은 편안한다.

2007년 2월, 옥산서원 입구에서
산들은 변화무쌍하다. 비와 안개와 구름에 따라 그 모습은 수시로 변한다.
신령한 모습으로 되살아오는 산들은 수행자가 있어야 빛이 더해진다.
그러나 폐사지는 수행자들을 잃어버린 곳, 수행자들의 흔적만 남은 곳.
장항리 절터의 석탑들은 어딘가 외로워 보인다.

2007년 2월, 비오는 날 경주에서
숲이다. 동백숲은 수십 년 만에 되돌아온 고향의 품 같다.
이 숲에서 자적할 줄 모르는 자는, 혹 고향을 모르는 자가 아닐까?
붉은 꽃은 지천으로 떨어져 있고, 나무들은 기지개를 켜듯 줄기를 뻗었다.

2007년 2월, 강진의 동백숲에서
유채꽃. 제주의 색이야말로 티끌 하나 보이지 않는 맑은 원색이다.
바람이 모든 흐릿한 것들을 쓸어가기 때문인가?
돌담은 검고, 바다는 옥빛이고, 유채꽃은 노랗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원색의 발산을 보기 힘들다.

2007년 2월, 제주의 유채꽃밭에서
매화는 군락하면 안 된다. 매화는 홀로 피어야 한다. 그것이 그 나무와 꽃의 품위에 어울린다.
야트막한 마을 뒷산에 올랐다. 한 그루 매화.
2월 산야는 온통 허름하되, 오직 한 그루 나무만 뭔가를 터트렸다.

2007년 2월, 구례에서
나무들아, 산들아, 내 벗들아.
수많은 흐름을 탄 뒤에 돌아가는 곳은 언제나 구례의 산들과 나무들이다.

2007년 2월, 구례에서